육아는 사랑의 시간인 동시에, 끊임없는 감정 소모의 연속입니다. 매일같이 아이를 돌보고 가정을 챙기며 버텨내는 와중에 정작 나 자신은 점점 뒤로 밀려납니다. 그런데 이렇게 쌓여가는 부모의 스트레스는 결국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죠. 이 글에서는 육아 스트레스의 심리적 뿌리와 부모 자신의 감정을 돌보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아이만큼 중요한 부모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마음을 지치게 한다
육아 스트레스의 핵심에는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자리 잡고 있어요.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된 사람으로 자라게 하고 싶다는 바람은 너무도 자연스럽지만 그 기대가 어느 순간 이 정도는 해야 해, 이렇게 하면 안 돼라는 스스로에 대한 비난으로 바뀔 때 부모는 점점 지쳐갑니다. 특히 아이가 힘든 모습을 보일수록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나? 라는 불안이 올라오고, 육아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 되어버리죠.
부모가 느끼는 스트레스의 또 다른 뿌리는 비교입니다. SNS에서 보이는 다른 집 아이의 웃는 얼굴, 늘 여유로워 보이는 부모의 일상, 규칙적인 식단과 계획적인 하루. 이런 것들이 현실의 나와 끊임없이 비교되면서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들어요. 나는 왜 저렇게 못하지?, 아이에게 내가 부족한 부모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은 마음을 더 움츠러들게 하고 자신감과 여유를 동시에 빼앗아갑니다. 사실 완벽한 부모는 없고, 모든 부모는 시행착오 속에서 길을 찾는 중이지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그 실패조차 허락하지 않으려 해요.
그 결과 마음은 서서히 경직되고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쉽게 폭발하게 됩니다. 아이가 밥을 흘리거나 떼를 쓰는 순간 평소라면 웃어넘길 일도 유난히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거죠. 이것은 단지 육아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의 여유가 바닥났기 때문이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내 감정의 온도를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육아는 늘 아이 중심의 일입니다. 하루 대부분이 아이를 중심으로 짜여 있고 감정조차 아이의 기분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가 어느 순간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이지?, 내 하루는 어땠지? 라는 질문조차 잊고 지내요. 하지만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외면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내기만 하면 결국 그 무게는 더 크게 되돌아오게 됩니다. 진짜 중요한 건 아이의 기분이 아니라 부모 자신의 감정도 함께 돌보는 균형이에요.
부모도 매일 기분이 다르고, 컨디션이 오락가락하며, 때로는 이유 없이 우울하고 예민할 수 있어요. 그런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는 게 필요합니다. 오늘은 좀 지친다, 지금 아이 목소리조차 듣기 싫은 기분이다.라고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건 결코 나쁜 부모가 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진짜 나를 알아차리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렇게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는 순간부터 마음은 다시 공간을 갖게 돼요.
아이의 감정을 잘 다루기 위해서는 먼저 내 감정의 흐름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대단한 자기 개발이 아니라 짧은 호흡과 짧은 대화, 그리고 아주 조용한 나만의 시간이에요. 하루 10분 아이가 잠든 후나 TV를 켜둔 사이에 오늘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지?, “그때 나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조금씩 다시 살아납니다.
나를 돌보는 일이 아이를 위한 일이 되려면
많은 부모는 자신을 돌보는 일이 이기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를 위해 늘 희생하고, 뒤로 미루고, 좀 더 참자며 하루를 넘기죠. 하지만 아이가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순간은 부모가 정서적으로 편안할 때입니다. 결국 나를 돌보는 일이야말로 아이를 위한 일이 되기도 해요.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우리는 더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고 아이의 말과 행동에 담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자신을 돌보는 일은 거창할 필요 없어요. 아주 작은 일상에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혼자 마시는 커피 한 잔 짧게라도 창밖을 바라보며 멍 때리는 시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는 것만으로도 내면의 공간은 조금씩 확장됩니다. 중요한 건 그 시간을 의무로 만들지 않고, 허락으로 여기는 태도예요. 나는 이 시간을 가질 자격이 있어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마음, 그것이 자존감의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주변과의 연결도 부모의 정서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와 단둘이 고립되지 않도록 누군가와 육아의 이야기를 나누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시간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돼요. 완벽한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부모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집니다. 아이의 마음을 돌보듯 내 마음도 정성스럽게 들여다보는 습관. 그것이 육아 스트레스에 지지 않도록 해주는 부모 자신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심리 육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