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작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거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때, 부모는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감정 조절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환경 속에서 배우고 길러지는 힘입니다.
화나 울음 같은 감정 표현은 어른에게도 어려운 일이기에,아이에게는 더욱 서툴 수밖에 없어요. 이 글에서는 감정 조절이 힘든 아이의 뇌 발달 특성과 감정을 다루는 부모의 반응, 실천 가능한 감정 코칭 방법까지 함께 이야기해봅니다.
아이는 아직 감정을 조절할 뇌가 자라나는 중이다
감정을 잘 조절하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 그 차이는 기질 차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뇌 발달의 속도와 관련 있어요. 특히 감정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두엽은 만 4~5세를 넘어도 완전히 성숙하지 않습니다. 즉, 감정을 참거나 상황을 조절하고, 한 템포 멈추는 뇌의 능력 자체가 아직 덜 자란 거예요. 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바닥에 드러눕는 것도 충동을 이겨내지 못해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죠.
이 시기 아이는 순간의 감정이 온몸을 지배합니다. 참으려 해도 안 되고 미리 예측하거나 멈춰보는 것도 어렵습니다. 어른 입장에서는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 싶은 순간도 아이에게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감정이 밀려오는 시간일 수 있어요. 그럴 땐 훈육보다 먼저 필요한 게 감정적으로 안전한 공간이에요. 감정이 크게 요동칠수록 아이는 스스로의 감정이 무섭고 어지럽게 느껴져요. 그럴 때 그만 좀 해보다 많이 힘들구나, 지금 마음이 어때?라는 따뜻한 질문 하나가 아이의 뇌를 안정시키는 첫 단추가 됩니다.
중요한 건, 감정 표현을 억제시키는 것이 감정 조절 교육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감정 자체를 틀렸다고 느끼게 하면 아이는 표현을 억누르게 되고 나중에 더 크고 무서운 방식으로 폭발하게 돼요. 조절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어떻게 표현할지를 배우는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이의 감정은 통제 대상이 아니라 ‘이해 대상’이다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당황하거나 지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감정을 멈추게 하는 것이 목표가 되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나쁜 것으로 인식하게 돼요. 또 울어?, 화를 왜 그렇게 내? 같은 말은 아이에게 너는 잘못됐어 라는 메시지로 들릴 수 있죠. 특히 감정 표현을 부끄럽게 느끼게 되면 아이는 점점 내면으로 감정을 숨기고, 결국 자기 감정에 서툰 어른으로 자랄 위험이 높아집니다.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아이에게는 감정을 정확히 이름 붙여주는 연습이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와 싸우고 나서 울고 있다면 단순히 왜 또 울어?보다는 친구랑 싸워서 속상했구나, 화가 나고 서운했겠어 처럼 구체적으로 감정을 짚어주세요. 이런 언어 표현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낱말로 인식하고 그 감정을 조절하는 데 필요한 기초를 쌓게 해줘요. 결국 감정을 조절하는 힘은 감정을 잘 느끼고 말할 수 있을 때 생겨납니다.
또한 감정을 조절하는 데 있어 모델링(따라 배우기)의 힘도 큽니다. 아이는 부모의 감정 표현을 보면서 자기 감정 표현을 익혀요. 부모가 화가 났을 때도 지금 엄마도 속상해서 잠깐 말 안 할게. 조금만 있다가 이야기하자 라고 표현하는 걸 보면, 아이는 감정이 올라올 때 무조건 터뜨리는 게 아니라 잠시 멈출 수 있다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훈육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전달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해요.
감정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 코칭이다
감정 코칭은 아이가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안전하게 표현하고, 그다음 행동으로 연결하는 과정을 부모가 함께 안내하는 방식입니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은 감정 코칭을 부모의 가장 효과적인 역할로 강조했어요. 이 방법은 다섯 단계로 이루어지며, 실생활에서 매우 실용적입니다.
1단계는 아이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 그냥 짜증으로 보지 않고, 지금 불편한 감정이 있구나라고 인식하는 게 시작입니다. 2단계는 그 감정을 감정 교육의 기회로 여기는 것. 화를 내는 순간을 단순히 멈추게 하는 게 아니라, 그 감정을 함께 다루는 연습의 순간으로 받아들여야 해요. 3단계는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이를 언어로 표현하는 단계입니다. 엄청 속상했겠구나. 지금 마음이 많이 답답하구나 처럼 말로 감정을 연결해주는 거죠.
4단계는 아이가 겪는 문제를 함께 정리해보는 단계예요. 친구가 네 장난감을 안 빌려줘서 속상했구나. 그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와 같은 질문으로 생각의 방향을 틀어줍니다. 마지막 5단계에서는 감정을 다룬 후 행동에 대한 한계를 알려주는 거예요. 화가 나도 때리는 건 안 돼. 대신 화가 날 땐 이불을 꾹 누르자와 같이 감정은 괜찮지만 행동은 조절할 수 있도록 안내해줍니다.
감정 코칭은 단기적으로는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아이는 자기 감정에 민감하고도 건강하게 대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게 됩니다. 감정을 참는 게 아니라 다루는 힘을 길러주는 것. 그것이 아이의 정서 근육을 키우는 진짜 교육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