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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감정 표현, 억누르지 말고 이끌어주는 법

by moonpen 2025. 5. 19.

 

울지 마, 그런 건 화낼 일이 아니야라는 말, 우리도 모르게 아이에게 자주 하게 됩니다.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말들이지만 정작 아이는 감정을 표현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특히 어린 시절은 감정 표현의 기초가 형성되는 시기이기에, 이 시기의 감정 경험과 반응은 평생 정서적 습관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아이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도우면서도 그 감정이 파괴적이지 않게 다루는 방법을 심리학의 시선에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루고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 그것이 진짜 감정 교육입니다.

 

아이의 감정 표현, 억누르지 말고 이끌어주는 법
아이의 감정 표현, 억누르지 말고 이끌어주는 법


감정 억제는 아이의 자기이해 능력을 막는다

많은 부모는 아이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면 이를 버릇없음으로 여기거나 훈육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특히 공공장소에서 울거나 소리를 지르는 아이를 보면 당황스럽고 체면이 걱정되어 일단 조용히 시키는 데 급급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은 아이의 감정을 억누르고 무시하게 만들며 이는 곧 아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억제하는 습관을 들이게 만듭니다.

 

심리학에서는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아이의 자존감, 정서 안정성, 사회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했을 때 부모가 이를 수용하지 않거나 부정할 경우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나쁜 것으로 인식하게 되며, 이는 자기감정에 대한 혼란과 억제를 낳게 됩니다. 결국 이는 정서지능의 발달을 막고 자기이해와 감정 조절 능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지죠.

 

감정 표현은 아이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난 지금 화났어, 기분이 나빠 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은 단순한 말하기가 아니라, 자기 상태를 인식하고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정서적 메타인지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성인이 되어서도 감정을 다루는 핵심 스킬이 되므로, 어릴 때부터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억제가 아닌 이해, 억누름이 아닌 표현이 바로 감정 발달의 기본입니다.


감정의 언어를 알려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감정을 느끼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배우지 않으면 울거나 소리 지르거나 때로는 몸으로 표현하는 방식밖에 알지 못합니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가 감정을 안전하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감정의 언어’를 가르쳐주는 통역사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지 못해 울고 화를 낼 때 단순히 울지 마라고 말하기보다는, 네가 그 장난감을 갖고 싶었는데 못 가져서 속상했구나라고 감정의 원인을 언어로 표현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부모가 먼저 감정을 말로 풀어주면, 아이는 점차 자신의 감정과 그 이유를 연결시키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감정에 이름 붙이기, 즉 감정 명명의 시작입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게 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감정에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단순히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속상해서 눈물이 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감정은 더 이상 폭발적인 것이 아니라 다룰 수 있는 무엇이 됩니다. 이런 감정의 언어는 가정 내에서 자주 반복되어야 하며, 부모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아이 앞에서 건강하게 표현하는 모델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엄마도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아, 아빠는 지금 피곤해서 좀 쉬고 싶어 같은 문장은 아이에게 감정은 숨기거나 참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고 다루는 것임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육이 됩니다. 아이는 부모를 통해 감정 표현의 방식을 배우며 이를 통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력까지 키워나가게 됩니다.


감정 조절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연습하는 것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단순한 절제력이 아니라,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다시 회복하는 전체 과정을 포함합니다. 이 과정은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생활 속에서 계속 연습해야 하는 정서 훈련이자 관계 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 폭발 자체를 문제로 보기보다는 그 이후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고 함께 다루느냐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화가 나서 장난감을 던졌다면 그 순간만 혼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진정된 후 그때 네가 얼마나 화났는지 알겠어. 그런데 물건을 던지는 건 위험하니까 다음엔 말로 해보자고 이야기하며 다른 표현 방법을 제안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행동의 경계를 알려주는 것이 바로 감정 코칭입니다.

 

또한 감정을 다룰 수 있는 도구를 함께 만드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감정 색깔표, 감정 일기, 그림 그리기, 감정 인형 등 시각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을 통해 아이는 감정을 밖으로 꺼내 표현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특히 그림이나 놀이를 활용한 감정 표현은 말로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운 어린 아이들에게 매우 효과적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인내와 일관성입니다. 감정 표현과 조절은 반복과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며 실수와 좌절이 당연히 따라옵니다. 그럴 때마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꾸준히 대화를 이어가는 태도가 감정 훈련의 바탕이 됩니다. 결국 아이가 자신을 믿고 감정을 맡길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공간은 부모의 반응 속에서 만들어지며, 그 신뢰 위에서 아이는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는 힘을 키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