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 실수하지 않으려는 책임감, 혹은 사회의 기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불안. 우리는 부모가 된 순간부터 무수한 감정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불안이 마음속에 머무르지 않고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준다면 어떨까요? 이번 글에서는 부모의 불안이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전달되는지와 그 영향을 줄이기 위한 심리적 해소법에 대해 살펴봅니다. 부모의 감정 관리가 곧 아이의 정서적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함께 공감하며 풀어보겠습니다.
부모의 불안은 말보다 먼저 아이에게 전해진다
부모는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잘 먹고 잘 자는지, 친구들과는 잘 지내는지, 또래보다 느리지 않은지 등 늘 끊임없는 관찰과 점검을 하게 되죠. 이처럼 아이를 향한 관심은 곧 애정이지만 때때로 그 애정이 지나치면 불안이 되어 아이에게 압력처럼 다가올 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가 가진 정서적 긴장감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아이는 몸으로 느끼고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늘 괜찮아, 조심해라고 말하면서도 표정은 긴장되어 있고 목소리는 가볍지 않다면 아이는 아, 뭔가 위험한가 보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아이가 실수했을 때 부모가 평소보다 더 크게 놀라거나 걱정한다면, 아이는 나는 실수하면 안 되는 존재야라고 느낄 수도 있어요. 결국 부모의 불안은 아이에게 세상은 위험하다, 나는 부족한 존재일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는 거죠.
이러한 영향을 심리학에서는 정서적 전염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부모의 감정이 아이에게 그대로 옮겨진다는 뜻이에요. 특히 생후 초기의 영유아는 부모의 표정, 목소리, 분위기를 통해 세상을 해석합니다. 그렇기에 부모가 불안에 잠식되어 있으면 아이는 불안정 애착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자존감이나 정서 조절 능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심리적 안전지대를 만들기 위해선, 부모 자신의 정서 상태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안한 부모는 통제하고 싶어지고, 아이는 점점 움츠러든다
부모의 불안이 강할수록 자녀를 더 많이 통제하려는 양육 행동이 나타납니다. 이는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조절하거나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태도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야 해, 그건 하지 마, 그거 하면 다칠지도 몰라 같은 말들이 반복되면, 아이는 점차 자기결정권을 잃고 부모의 시선에 맞춰 움직이게 돼요. 겉으로 보기엔 말 잘 듣는 아이지만 내면은 위축되고 주도성이 약해질 수 있죠.
이런 통제적 양육은 아이의 독립성 발달을 방해할 뿐 아니라, 아이 스스로도 불안을 내면화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부모가 불안해서 아이를 통제하고 그 통제가 아이에게 또 다른 불안을 만들어내는 정서의 순환 고리가 생기는 거예요. 특히 아이가 성장하면서 자기 주도성과 도전을 시도해야 할 시기에 이런 통제가 지속되면 아이는 실수를 두려워하고 실패를 회피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아이는 부모의 감정 상태에 지나치게 민감해지는 역역할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는 아이가 부모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자신보다 부모의 감정을 우선시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자칫 아이가 어린 시절부터 착한 아이로 살아가며 자기 감정을 억누르고 감정 표현에 서툴러질 수 있는 것이죠. 결국 부모의 불안은 아이의 자유롭고 건강한 정서 발달에 크고 깊은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습니다.
부모의 감정 관리가 곧 아이를 위한 정서적 선물이다
그렇다면 부모는 자신의 불안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첫 번째는 내가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나는 괜찮아라며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르려 하죠. 하지만 감정은 억제할수록 다른 방식으로 새어나옵니다. 자신이 어떤 순간에 불안을 느끼고, 어떤 생각이 그 불안을 키우는지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감정 조절의 첫걸음이 됩니다.
두 번째는 감정의 방향을 걱정에서 관심으로 전환하는 연습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의 성적이 떨어졌을 때 이러다 큰일 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보다는 무슨 이유가 있을까?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라는 관심의 시선으로 접근해보는 겁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감정의 방향을 바꾸면 부모도 아이도 덜 불안해지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요.
세 번째는 부모로서의 나도 돌보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신의 삶에서 만족과 여유를 느껴야 아이에게도 안정감을 줄 수 있어요. 산책, 명상, 대화, 취미생활처럼 감정의 숨구멍이 되는 활동은 작지만 큰 효과를 줍니다. 아이를 돌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 자신을 돌보는 것도 충분히 중요한 일이에요. 부모가 감정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그 감정이 안정적으로 표현될 때 아이는 비로소 정서적으로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